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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3.14 16:39:4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정태국

전 충주중 교장

우리의 현실은 자본주의라 무슨 일이라도 돈부터 앞세우기 일쑤다. 먹고 사는 것부터 매사가 돈이 필수다. 하지만 돈보다도 더 중요한 것도 많이 있다. 우리사회의 구성원들 간에 지켜야할 민족적 정서나 배려하는 자세가 우선된다면 돈 안 들이고도 해결될 일들이 상당하다.

교단 초년생일 때 선배교원들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일제 강점기에도 서슬 시퍼렇던 왜경조차 학교에 들어올 땐 학교장의 허락 없이는 절대 발을 들여놓지 못했단다. 허락은 물론 교문에 발을 들여놓을 땐 영락없이 순사모를 벗어서 옆구리에 끼고 들어섰단다.

오래전 어느 글에서 읽었던 내용이라 기억이 뚜렷하지는 않으나 서구 유럽에서 있었던 일화가 떠오른다.

그 나라에서는 왕이 왕림할 때에는 모두가 모자를 벗어야 했단다. 마침 어느 학교에 왕이 방문하게 됐다는데, 학교장 역시 관모를 쓰고 있었던 터라 학생들에게 학교장의 위상을 보여주기 위해 왕 앞에서 학교장이 관모를 그냥 쓰게 해달라고 간청을 했단다. 왕도 흔쾌히 허락을 했다니 학교장이나 왕 역시 어린 학생들을 배려함에 뜻을 같이했다고 봐야 할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행정의 태반이 일제 때 제도나 법을 모방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성싶다. 그 사례 중 하나를 말해보련다.

각 기관마다 직인이 있다. 근 90년도까지만 해도 직인의 크기가 현격히 달랐다. 학교장의 직인 크기는 대단히 컸었다. 확실한 기억으로는 시장 직인이나 경찰서장 직인보다 확연히 컸었다.

교원은 별정직으로 일반직들과 수평 비교는 할 수 없었지만 굳이 예를 들어본다면 여비산출 때에는 일반직급에 견주었다. 여비지급을 교사는 일반직 5급으로, 교감은 4급을 기준했고 학교장은 2~3급에 견줘서 산출했다. 물론 과거의 사례로는 교원들의 보수가 비교적 높은 수준이었다.

기왕에 말이 나왔으니 덧붙이면, 지금도 학교장의 임명은 대통령 발령이다. 대통령 발령을 받는 사람은 소도시 지역에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재임 중에 선배가 학교장으로 있는 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교장실벽에 임명장을 게시해 놓았었다. 선배 교장님 말씀이 의미심장했다. 학교를 방문하는 사람들마다 게시물을 본 후 학교장은 대통령 발령이냐고 묻더란다. 선배교장님은 사회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의중을 전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게시해놓았다고 했다.

영국 수상이 자식의 교육을 위해 담임교사의 방문에 맨발로 마당까지 내려가 정중히 모셨다는 일화를 모를 사람이 없겠다. 아버지가 수상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조아리자 오만해진 자식교육을 위해 담임교사를 극진히 대우했다는 점을 재삼 되뇌어 볼 현실이다.

대통령의 발령장이라고 돈이 더 드는 것은 아니다. 직인이 더 크다고 다른 사람들을 윽박지르거나 해를 입힌 학교장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영국수상이 자식의 담임교사에게 머리를 조아렸다고 해서 수상의 체면이 구겨진 것도 아닐뿐더러 영국이란 국가가 발전하지 못한 건 절대 아니다.

학교가 특별대우를 받아야 하는 것은 금지옥엽과 같은 우리 후손들을 위해서지 교원들을 위해서가 아니란 점을 확실히 해두고 싶다.

우리 고유정서는 '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했다. 그 역시 선생님을 위해서 그리하라고 한 말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철부지 '어린이들이란 어른들의 말씀대로 크는 것이 아니고, 어른들을 보면서 흉내 내며 크고 있다.'고 한 말을 되새겨봐야 할 때다.

학교가 흔들리고 있다고 강력한 법으로 윽박질러 교원들을 주눅 들게 하는 게 해법이 되겠나· 지금까지 교원들을 무기력 하게 한 요인부터 자각하고 오히려 학생들과 함께 하고 있는 교원들을 믿고 좀 더 힘을 실어주는 접근법이 더 효율적이 된다고 강변해 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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