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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1.09.15 17:38:2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언론계에 20여년 종사하다 보니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 상투적으로 쓰게 되는 단어가 있다. 바로 '귀성(歸省)' '귀향(歸鄕)' 그리고 '귀경(歸京)'이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면 신문·방송에는 '귀성전쟁' '머나먼 귀향길' 같은 제목의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귀성이란 "객지에 사는 자녀가 부모를 만나러 고향을 찾는 것"이다. 비슷한 뜻의 귀향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추석 당일 오후부터는 '귀경전쟁' '새벽까지 귀경길' 같은 기사가 나온다. 여기서 귀경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서울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동안 필자가 못마땅해 한 낱말이 하나 있다. 바로 귀경이다. 고향인 부산에 갔다가 일터가 있는 수원으로 돌아가는 사람도,목포 부모님 댁에 들렀다 청주 집으로 가는 자식도 모두 '귀경인파'다. 이 나라에서 명절 때 고향을 들렀다 돌아가는 곳은 '서울' 밖에 없다. 경부고속도로를 가득 메운 차량 탑승객,호남선 열차를 타고 북쪽으로 가는 승객은 모두 귀경객이다. 하기야 서울 이외의 대한민국 땅은 모두 '시골'이라고 표현하는 '우물안 서울토박이'가 적지 않은 세상이니 그럴만도 하다.

그렇다면 귀성이나 귀향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창피하게도 필자는 지금까지는 선배들처럼 관행적으로 귀경이란 단어를 써 왔다. 하지만 1년여전부터 필자의 근무지는 서울에서 지방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이번 추석연휴 때는 작심하고 국어사전을 찾아 봤다. 그랬더니 나온 단어가 "고향을 떠남"이란 뜻의 '출향(出鄕)'과 '이향(離鄕)'이었다.

하지만 이 얼마나 생소한 단어인가. 물론 '출향인사'란 말은 지방언론에서도 자주 쓴다. 그러나 필자가 과문한 지 몰라도,국내 언론에서 귀성이나 귀향에 대응해서 이향이나 출향이란 이란 단어를 쓴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들 모임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이다. 게다가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첨단과학에 힘입은 디지털·유비쿼터스 시대요,세계화와 함께 지방화가 가속화되는 세방화(世方化·Glocalization)의 시대다. 그런데도 계속되고 있는 후진국형 '귀경대란'은 수도권 위주 정책으로 점철된 이 나라 현대사가 낳은 대표적 비극임이 분명하다.세계 유일의 분단국이지만,남북통일이 될 날은 아직도 기약이 없다. 따라서 돈 벌기 위해 서울로 간 이 땅의 수많은 '철수와 순이'는 매년 설과 추석이면 명절이란 이름으로 미화되는 '불합리'를 견뎌내야 한다.

서울이 영·호남과 수도권의 분기점이며 남한의 중앙인 충청도에 있었더라도 귀성이나 귀경대란은 크게 줄었을 것이다. 역사적 가정이긴 하지만,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7년 발표한 이른바 '백지계획(80~96년 공주-연기지역에 인구 50만명 규모의 임시행정수도를 건설하는 것)'이 당초 예정대로 추진됐더라면 오늘날 추석 상황은 어땠을까. 수천만명이 서울과 영·호남 사이 먼 길을 이동하면서 길에 '돈을 뿌리고' 금수강산을 '매연으로 더럽히는' 등의 불상사는 크게 줄었을 것이다. 20여년 뒤 시작한 세종시보다 건설 비용도 훨씬 적게 들었을 게 분명하다.

부산대학을 나온 필자의 사촌동생은 서울에서 산다. 장남인 그가 부모님이 사는 부산을 떠나 멀리 서울까지 간 주된 이유는 직장 때문이다. 한국 제2의 도시이지만 부산에는 명문대 출신이 갈 만한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고 한다. 그는 추석이나 설 명절만 되면 육체적,경제적으로 큰 고통을 치러야 한다. 결혼 직후 몇 년간 3~4 가족이 함께 자가용으로 서울~부산을 오가던 그는 2004년 KTX가 등장한 뒤부터는 자동차 대신 열차 신세를 진다. 따라서 이제 장거리 운전의 고통은 덜었다. 하지만 '장남으로서의 효도 비용' 치고는 경제적 부담이 너무 커 보인다. 그런데 그는 이번 추석엔 부산까지만 가고 대구의 큰집(필자의 형집)에서 지내는 차례엔 결국 참석하지 못했다. 부산까지 가느라 몸살이 심하게 나서 대구행은 포기했다고 한다.

세종시만 착실하게 건설돼도 앞으로 우리나라의 추석이나 설 풍경은 크게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많은 경제 관련 정부부처와 산하 기관이 세종시로 이전함에 따라 기업 본사가 관공서를 좇아 무조건 서울로만 가는 일을 크게 줄어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망국적 현상을 부추기는 '사람은 나서 서울로 가야 하고…"란 말도 옛말이 될 것이다. 청운의 뜻을 품은 영·호남아나 강원도 출신'철수와 순이'들이 세종시 부근에서 보금자리를 잡을 때 '귀경전쟁'은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다. 물론 이렇게 되기 위해선 세종시와 함께 전국의 혁신도시와 기업도시도 차질없이 추진돼야 하는 게 필요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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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