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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휩쓴 충주지역 농촌 가보니…

"자식같은 소 땅에 묻고 빚은 쌓여 앞길 막막"
외부출입막아 갇힌 생활…몸과 마음 만신창이
가족들에게 "설에 고향 오지말라" 씁쓸한 전화

  • 웹출고시간2011.01.31 19:39:1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편집자 주


민족의 대명절인 설을 맞아 제수음식 준비며 타향으로 떠나 있는 형제들의 귀성에 대비해 집안정돈 등으로 바뻐야 할 농촌마을이 요즘 썰렁하다.
지난해 12월27일 충주시 앙성면 중전리 저전마을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이래 도내 117곳에서 구제역이 잇따라 농민들을 우울하게 만드는 가운데 즐겁고 설레야 할 '설'을 맞았으나 구제역이 휩쓸고 간 농촌마을마다 뒤숭숭한 분위기에 행여 구제역이 확산될까 염려돼 자녀들의 귀성을 만류하는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고, 100년만의 한파로 온누리가 꽁꽁 얼어붙어 을씨년스럽게만 느껴진다. 이런 농촌을 본보 취재팀이 돌아봤다.

지난해 12월 28일 구제역이 발생했던 충주시 앙성면 중전리 저전마을 ㅈ농장 전경. 한달만에 찾은 ㅈ농장은 가축도 주인도 없이 텅비어 있고, 하얀눈으로 덮여 을씨년 스럽다.

민족의 대명절인 설을 1주일 앞둔 지난 26일오후 충북도내에서 최초로 구제역이 발생, 곤혹을 치른 충주시 앙성면 중전리 저전마을을 찾았다.저전마을은 충주시내에서 38㎞ 승용차로 40분 걸리는 전형적인 산골 농촌마을로 강원도와 접경지다.

당시 눈보라가 치는 한파속에 느닷없는 구제역으로 발생농장의 소와 인근 농장의 돼지 등 270마리를 생잡이로 땅속에 묻고 한달여 동안 50여가구 100여 주민들이 때아닌 가택연금(?)을 당하고 차량통제로 1.5㎞를 걸어다녀 불편을 겪었다.

아직도 마을 입구에 방역소독장치를 설치하고 공무원과 주민들이 방역초소를 지키며 통행 차량과 사람에 대해 소독을 실시하고 있어 긴장감을 주었다.

당시 살처분 매몰작업을 담당했던 앙성면사무소 이영민산업담당(51)과 함께 마을로 들어가 발생농장과 인근 주민들을 만나 요즘 분위기를 들어봤다.

본보 김주철기자가 지난해12월27일 도내 처음으로 구제역이 발생한 충주시 앙성면 중전리 저전마을 ㅈ농장에서 앙성면 산업담당과 함께 텅빈 축사를 살펴보고 있다.

구제역 발생농장은 마을로부터 2㎞정도 산골짜기로 더 들어가 외따로 있었다. 커다란 농장에는 가축도 없고 주인마저 떠나 텅빈 상태에서 최근 내린 눈으로 하얗게 덮여 을씨년스런 바람소리만 요란, 황량하기만 했다.

인근에 270여마리의 우제류를 묻은 곳이 있어 1주일에 2~3차례씩 시 차량이 침출수 검사를 하러 올 뿐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발길을 돌려 소독에 정신없는 인근 양계장을 찾았다.

나경문씨(40)는 "지난해 11월말 출하를 해 구제역 발생때는 양계장이 텅민 상태였다"며"1월말쯤 충남 부여나 전북 군산으로 이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27일 구제역 발생으로 불편을 겪었던 충주시 앙성면 중전리 저전마을 노인들이 노인정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마을경로당을 찾아 노인분들과 구제역과 설명절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저전마을 노인회장을 맡고있는 이병주씨(77)는 "내 평생 구제역이 그렇게 무서운줄 처음 알았다"며"처음에는 마을이 난리가 난줄 알았다.가축 기르는 사람들이 놀래서 서로 왕래도 안하고, 시내버스마저 안들어와 마을입구까지 노인들이 1.5㎞를 걸어다녀 엄청 힘들었다"고 당시의 충격을 회상했다.

이 회장은 "마을주민들이 지하수를 먹는데 가축을 매몰한 지역이 마을 위에 있어 행여 침출수가 오염될까 염려된다"며 당국의 철저한 관리를 부탁했다.

임부연 이장(47)은 "마을이 생긴지 처음으로 엄청난 일을 당해 아직도 충격이 남아있다"며"주민들이 이번 설 명절에는 한파에다 구제역 등으로 어수선해 객지에 나간 출향인들에게 오지 말라고 권유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저전마을을 나와 2㎞정도 떨어진 인근 단암리 말락마을을 찾았다.

마을입구에 쌓여 있는 사료더미에 붉은 페인트로 '외부인 출입금지'라고 쓴 것이 방문자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마을 이장을 맡고있는 윤수근씨(52)를 전화로 불러 집 입구에서 만나 얘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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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시 앙성면 단암리 말락마을 윤수근 이장(52). 젖소 50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윤 이장은 구제역 확산 방지 때문에 이번 설명절에는 형제들이 설 쉐러 오지 못하도록 연락했다고 한다. 외부인을 집에 들이지 않고 집앞 비닐하우스에서 만나고 있다.

윤씨는 현재 젖소 50여마리를 사육하고 있는데 구제역 파동이후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금지하고 사료 등 생필품도 집앞 비닐하우스에서 건네 받는다고 한다.

"올 설은 구제역 때문에 설명절도 못지낼 것 같다"는 윤씨는 "내가 4형젠데 형님들께 설명절에 아무도 오지 말라고 했어요.내 평생에 이런 일은 처음이라 황당하네요."라고 말했다.

윤씨는 "젖소는 구제역이 걸려 처분하면 3~5년이 돼야 정상 수입을 올릴 수있다"며"행여 눈곱만큼이라도 침투되지 않도록 주의를 하고 있다"고 방역 철저를 강조했다.

"옛날 같으면 설을 맞아 경향각지에서 출향인들이 고향을 찾아와 부모형제들과 재미있게 지내고 이웃에도 놀러와 마을이 훈훈했는데, 올해는 엄동설한에다 구제역으로 오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썰렁할 것같다"는 윤씨는 "나도 외부 출입을 안하지만 방학을 맞아 집에 온 대학생 아들 2명도 일체 외부출입을 금지시켜 집안에만 갇혀 있다보니 답답해 미칠려고 한다"고 요즘 분위기를 전했다.

27일오후 충주시 신니면 신청리를 찾았다.

설명절을 앞두고 있지만 신청리는 마을 입구에서부터 방역소독작업으로 방문자들을 경계했고, 집집마다 텅빈 축사로 썰렁하기만 했다.

신니면은 대규모 축산업을 하는 지역인데 지난2000년과 지난해 4월에 이어 이번에 3번째 구제역이 발생, 축산농가의 시름이 큰 지역이다.지난해 4월에도 돼지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 인근 1만1천500여마리의 소와 돼지를 살처분 매몰했다.

충주시양돈협회장을 맡고있는 정철근씨(56·신청리)는 지난 2005년6월 돼지콜레라로 3천여마리를, 지난해 4월 구제역으로 3천여마리를 땅에 묻고 이번에 또 자식처럼 키워온 700여마리를 묻어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일이 발생한지 이해가 안된다"는 그는 " 지난4월 구제역 파동으로 축사를 비웠다가 10월 700마리를 들여와 잘 키워왔는데, 이런일이 닥쳐 망연자실했다"며"남에게 잘못한 일도 없이 열심히 산 죄밖에 없는데..."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3번의 도살처분으로 빚은 쌓여가고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쳐 이제 축산업을 계속 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한숨지은 정씨는 "방역당국이 차량과 사람은 소독하면서 수입사료는 소독을 안하는지 모르겠다 "며 울분을 토했다.

다행히 예방백신을 맞춘 모돈 300여마리는 살아남아 현재 아내·아들과 함께 축사에서 생활한다는 정씨는 "이번 설명절에는 큰집에도 가지 못한다"며 "조상님들께 죄송하고 형제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지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충주 / 김주철기자 kimjc@cb21.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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