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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섭

청주공예비엔날레 총괄부장

인류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생각의 도구를 갖고 있었다. 유목민의 삶에서 농경사회로, 다시 산업사회에서 첨단디지털 세계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인류는 다양한 생각의 도구를 이용해 창조적 진화와 발전을 거듭해 왔다. 다양한 문자를 기록할 수 있는 활자와 종이를 만들었으며 컴퓨터 시작으로 IT산업이 급변하고 있는 것 역시 창조적 역량의 결정체라 할 것이다. 문화예술의 경우도 시대와 지역과 사람의 생각에 따라 요동쳐 왔으며 제도와 문화와 삶의 질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렛대 역할을 해 왔다. 또한 인류의 다양한 생각과 스토리를 저장하고 시공을 초월해 소통의 곳간을 자임해 온 것도 문화예술이다.

나라 안팎에서 옻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류는 기원전 3세기 무렵부터 옻나무에서 진액을 채취하고 그것을 다양한 용기에 칠하고 붙이며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왔다. 옻칠은 시간과 자연과 빛과 사랑을 담고 있다. 반짝이는 겉모습에 천년 세월을 품은 중후함이 배어나고 볼수록 은은한 광택이 눈부시다. 세월의 풍상(風霜)에도 흔들리지 않는 생명력, 여기에 방충 방습 방열 향균 기능까지 갖췄기에 오랜 세월 우리들의 삶과 함께 호흡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옻칠의 문화적 가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가 한국공예관에서 열리고 있다. 한중일 3개국의 옻칠 고수들이 한자리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것은 역사상 이번이 처음으로 기록될 것이기에 그 의미가 깊다. 전시주제는 '不二禪漆(불이선칠)'이다. 칠은 더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비우고 선을 행사는 것이며 마음으로 깨닫는 것이다. 하여, 칠은 곧 선이다.

이번 전시에는 모두 6명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권상오 신라대교수와 김성호 옻칠명장이, 중국에서는 교십광(喬十光)청화대 명예교수와 주검석(周劍石)청화대교수가, 그리고 일본에서는 나가토시 오니시(Nagatoshi Ohnishi)동경예대 명예교수와 야마무라 신야(Yamamura Shin'ya)가나자와 미술대학교수가 참여한다.

권상오는 옻칠을 업으로 외길인생을 걸어 온 장인이자 교육자이며 아티스트다. 그는 칠공예 가운데 오랜 시간을 들여 제작해야 하고 난이도가 높은 건칠기법에 몰입하고 있다. 자연의 숨결, 자연의 미학을 담고 있으며 조형미를 통해 쓰임과 표현의 두 가지 기능을 거침없이 소화하고 있다.

옻칠의 생명은 재료, 시간, 정성, 기술 네 가지에 있다. 나무 중에서 가장 좋은 것만을 엄선한 뒤 옹이를 빼고 결 고운 부분으로 기물의 형태를 짜야 한다. 그리고 수백 번의 칠작을 해야 하는데 협저태칠기라 한다. 김성호 명장은 생옻과 쌀풀 등을 잘 혼합한 뒤 칠을 하고 말리기를 수없이 반복한다. 다시 그 위에 조개껍질이나 전복같은 것을 활용해 자개작업을 한다. 모란 등 다양한 무늬를 섬세하고 생생하게 표현하는 힘이 있다. 자개작업에는 자개를 실처럼 잘게 자른 뒤 기하학적 문양을 만드는 끊음질 기법과 곡선 무늬를 표현하는 줄음질 기법 모두 동원된다.

교십광은 중국의 현대 칠공예를 이끌어 온 칠공예계의 대부다. 평면에 난각(계란껍질)과 건칠분, 그리고 색칠을 이용해 다채로운 자연미와 생활풍경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주검석은 중국 전통의 칠공예 장식인 퇴주(堆朱)기법을 활용해 중국인의 삶과 문화를 입체 또는 평면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 세계칠문화협회 의장인 나가토시 오니시는 일본 현대 칠공예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사람이며 정밀묘사에 탁월한 리더십을 갖고 있는 야마무라 신야의 작품에는 오묘함과 눈부심이 살아있다. 장신구나 작은 상자에 자개, 난각, 금은분, 변칠기법 등 작가만의 하이터치 기법을 통해 장식의 미를 완성시켰다.

이와함께 도자 옻칠 등 생활공예를 실천하고 있는 통도사 서운암 성파스님의 옻염색 작품 100여점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모시나 한지에 옻으로 염색하고 이것들을 생활소품으로 사용하면 습도와 높은 온도를 견뎌낼 뿐 아니라 은은하고 고풍스런 멋과 향을 자랑한다. 화학염료로 덧칠한 가벼운 그것과는 느낌과 감촉, 감동과 여운이 모두 다르다. 지금, 한국공예관으로 달려가 옻칠의 향연에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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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