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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김연아는 폭탄발언을 했을까?

"열광적인 응원 덕분에 더 힘들었다"…관중매너 좀더 성숙돼야

  • 웹출고시간2009.12.08 13:26:10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시원히 짚어 준다. [편집자 주]

피겨의 여왕 김연아 선수가 폭탄발언을 했다. "피겨를 관람할 때 한국 관중분들은 좀 다르게 응원을 해주시는데 그것이 정말 당황스러웠다. 관중들 때문에 기권할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고 털어놓은 것이다. 한국 관중들의 열광적인 응원에 부담을 느껴 울기까지 했다는데, 그 속사정을 알아본다.

▶ 피겨의 여왕 김연아 선수의 폭탄발언, 어떻게 나왔나?

= 지난 4-5일 일본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에서 김연아 선수가 일본 선수들을 누르고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첫날 쇼트프로그램에서 안도 미키에 이어 2위를 차지했지만 다음날 침착한 연기를 펼쳐 내년 캐나다 밴쿠버 올림픽을 앞두고 올해 경기의 대미를 장식한 것이다.

CBS노컷뉴스 체육부 백길현 기자도 직접 일본 현지에서 취재를 하고 돌아왔다. 지난 6일 참가선수들이 펼치는 갈라쇼가 끝난 직후 한국 기자들과 편하게 인터뷰를 가졌는데 여기서 폭탄발언이 나온 것이다.

김연아는 "차마 그말은 못하고 있었는데 솔직히 말해도 되나요?" 하면서 옆에 있던 매니지먼트사인 IB스포츠 구동회 부사장을 바라보며 말문을 어렵게 텄다. "언제는 김연아가 솔직히 얘기 안한적 있었느냐"는 관계자 말에 당시 기자회견장에 웃음 폭탄이 터졌다고 한다.

"가장 힘들었던 대회가 언제였냐?"는 질문에 김연아는 작년 12월 12일과 13일 고양에서 열렸던 2008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를 꼽으면서 "당시 관중들 때문에 기권할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는 말을 털어놓았다. 더 나아가 김 선수는 최근 고양에서 열린 세계역도 선수권을 치른 장미란 선수가 다시는 한국에서 경기를 치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정말 너무 너무 공감되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 일반적으로 선수들이 홈에서 경기를 치르면 열광적인 응원덕분에 더 힘을 얻고 바로 그런것이 홈그라운드의 잇점인데 오히려 경기를 포기하려했다는 발언이 듣기에 따라서는 상당히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발언인데?

= 거두절미 하고 들으면 상당한 오해를 불러일으킬만 하지만 김연아 선수가 왜 그런 말을 던졌는지 속사정을 알고보면 수긍할 만 하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직접 세계적인 규모의 피겨대회를 개최하거나 방송사가 주말저녁 메인프로그램들을 결방시키면서까지 피겨종목을 생중계하게 된 것은 불과 1~2년 사이다. 바로 김연아라는 세계적인 선수가 혜성처럼 등장하기 전까지 피겨는 남의 잔치였고 그저 러시아의 볼쇼이 아이스쇼나 구경하던 처지였다. 카타리나 비트나 미쉘콴같은 선수들의 연기를 보며 우리에게 피겨종목은 넘지 못할 산으로 여겨졌다.

우리 나라에서 이름있는 피겨대회가 열린 것은 지난 2005년과 2008년 강릉과 고양에서 열린 4대륙 선수권 대회 2차례가 있었지만 김연아 선수는 불참했고 그녀가 국내에서 열린 세계적인 대회에 참석한 것은 2008년 고양 그랑프리 파이널이 사실상 처음이었다.

문제는 여기 있었던 것이다. 당시 한국이 배출한 세계적인 선수가 국내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첫 출전하는 만큼 관중들이 구름같이 모였고 응원이 김연아에게 집중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그런데 김연아 선수는 당시 경기직전 워밍업을 하기 위해 빙판에 올라섰을 때 관중들의 광적인 반응에 놀란 것이다.

점프를 하려고 도약하는 순간에도 '꺅'하는 소리를 지는 것은 예사였고 연기도중에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터져 동작이 꼬여버렸다. 결국 김연아는 홈그라운드의 이점은 느끼지 못한 채 라이벌 아사다 마오에 밀려 2위를 했다.

김연아는 "피겨를 관람할 때 한국 관중분들은 좀 다르게 응원을 해주시는데 그것이 정말 당황스러웠다"면서 "선수가 집중하고 차분하게 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피겨는 응원보다는 '관람'을 하는 종목인데 조직적인 응원을 하면 내 연기를 잘 볼 수 없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경기 직후 김연아는 이런 응원에 부담을 느껴 울었고 1년여가 지난뒤에야 국내 취재진 앞에서 속내를 조심스럽게 털어놓은 것이다.

▶ 우리 관중들이 워낙 김연아 선수가 예뻐서 응원을 해줘야겠다는 생각 때문인데 듣기에 따라서는 오해를 할 수 있고 또 잘 몰라서 그런것도 있지 않을까?

= 맞다. 우리 관중들의 수준이 정말 과거에 비하면 많이 올라가있다. 작년 베이징올림픽 양궁경기때 중국 관중들이 우리 선수가 활을 쏠 때 휘파람을 불거나 거울을 반사해서 빈축을 산 바 있다. 그에 비하면 이제 우리 수준도 많이 올라섰다.

다만 우리가 피겨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까닭에 관중 문화가 정착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고, 김 선수가 조심스렇게 이를 웃으면서 지적할 수 있게된 것이다.

피겨는 관중들이 응원보다는 관람을 하는 스포츠다. 해외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의 경우 관중들은 선수가 경기 시작하기 전에 박수와 약간의 환호성으로 응원을 해주고 경기 도중에는 깨끗한 점프, 스핀, 스파이럴 등의 동작이 나왔을 경우 특히 점프의 경우에는 어려운 동작이기 때문에 절대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뒤에 아주 잘한 게임의 경우 기립박수로 화답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다른 외국 선수들이 표현하길 "한국에서는 마치 콘서트를 하는 것 같다. 내가 마치 락스타인 것 같다"고 할 정도로 매 동작마다 엄청난 소리를 냈던 것인데 바로 이부분이 앞으로 우리가 주의해야할 대목이다.

이젠 김연아의 인기가 높아져서 대회가 열리는 해외마다 한국팬들이 많이 찾는다. 심지어 축구의 붉은악마처럼 김연아 선수를 따라 한국에서 원정가는 팬들도 있는데 이들은 벌써 전문가 수준에 이르러 상당히 자중하는 분위기인데 현지 교민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다고 한다.

바로 올해 11월 열린 그랑프리 5차 '스케이트 아메리카'의 경우 현지 미국 교민들이 상당히 오셨는데 마치 축구나 야구관람을 하듯 337박수까지 나와서 현지 스탭들이 중지시켰다는 후문이다.

하여간 내년 캐나다 동계올림픽에서는 김연아선수가 이런 저런 심적 부담을 털고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함께 기원해 본다.


▶ 그렇다면 장미란 선수가 우리나라에서 다시는 이런 대회가 안열렸으면 한다고 말한 발언도 정확하게 짚어줄 필요가 있지 않나?

= 이것도 발언 전달과정에서 다소 오해가 있었다. 지난 11월 세계역도선수권 대회가 고양에서 처음 열려 우리 선수들이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그런데 장미란, 사재혁 선수가 경기를 펼칠 때 장내 아나운서가 관중들에게 박수를 자제해달라는 당부를 여러차례 했다.

특히 어깨에 한번 걸쳤다가 들어 올리는 용상의 경우 관중들이 선수들이 어깨에 걸치기 무섭게 박수세례를 보냈다. 그러나 어깨에 걸친뒤 머리위로 들어올리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힘을 써야하는데 터져나온 박수가 집중력을 떨어뜨린 것이다. 지난 11월 27일 최중량급의 장미란이 용상 1차 시기에서 어깨까지 번쩍 들어올리자 박수가 나왔고 순간 멈칫하다 바벨을 떨어뜨린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장내 아나운서가 장 선수가 2차시기를 준비할 때 방송을 통해 심판이 성공했다는 버저를 누르기 전까지 박수를 자제해 달라고 거듭 당부한 뒤 2차성공과 3차(용상 187kg)에서 결국 세계 신기록을 기록했다..

이번 세계 역도선수권 대회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유치한 대회였고 무료관람이었던 만큼 역도를 현장에서 처음 보는 관중들이 대부분이었고 모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곧바로 성숙한 우리 관중들이 박수를 자제하고 협조해 결국 좋은 성적을 냈다. 이런 상황을 보면 우리 관중들의 수준이 결코 낮아서가 아니라 관중방법을 잘 몰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미란선수가 한국에서 이런 대회가 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 발언은 관중들의 매너만을 지적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홈에서 우승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컸음을 시사한 것으로 발언의 진의가 잘못 전달된 것이다.

▶ 관중매너에 대해서 좀 더 우리도 알고 연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 관중의 환호는 선수들을 긴장시키고 경기에 집중할수 있게 하는 활력소인 것은 분명하다. 많은 관중속에 더욱 박진감 넘치고 질높은 경기가 돼 결국 선수들의 기량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결국 관중수준이 경기수준을 높일 수도 있고 낮출 수도 있다.

선수들 또한 귀중한 시간을 쪼개 경기장을 찾아 준 관중들을 위해 재미있고 최선을 다한 경기를 해야하는 것은 물론이다.

골프도 요즘이야 우리 선수들이 자주 우승을 해서 그렇지 처음 국내에서 대회할 때 우리 갤러리들이 선수들이 샷하는 도중 사진찍고 애들도 데려오고 시끄럽게 떠들었지만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물론 아직도 개선할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생소한 종목에서 우리 선수들이 선전하면 할수록 관중들도 관심을 가지고 응원 방식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봐야 한다.

핸드볼같은 비인기종목 선수들에게는 관중들의 지나친 관심이 경기력에 방해가 된다는 불평이 호사로 들리겠지만 이번기회에 관중 태도도 다시 한번 생각하고 비인기 종목에도 사랑을 나눠줬으면 한다.

기사제공:노컷뉴스(http://www.cbs.co.kr/no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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