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 공약 보다 대형 이슈에 민감했던 선거"

6·13 지방선거 특별취재팀 방담
남북·북미회담에 관심 저조
교육감 그들만의 선거로 전락
문화계 건의사항 유보 아쉬워
SNS 유세전 증가 민심 피로감
본보 온·오프라인 병행 보도 호평
경제 숨겨진 이야기 발굴 집중
흑색선전·기부행위 감소 눈길
10분 단위 마감 시간 분주 '보람'

2018.06.17 21:00:01

7회 동시지방선거 본보 특별취재팀 방담이 17일 회의실에서 열렸다. 안순자 팀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방담에서는 각 기자들이 선거 취재과정에서 느낀 소회와 쟁점, 핵심이슈 등에 대해 허심탄회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태훈기자
[충북일보] 본보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4월 16일부터 특별취재팀을 가동했다. 특별취재팀은 지방선거와 관련 유권자들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각 후보와 정당의 경선과 본선 과정, 투·개표 과정을 신속·정확하게 취재·보도했다. '포지티브(positive)' 선거를 적극 유도하기 위해 선거별·지역별 정책검증 시리즈를 연속 보도하며 '깜깜이 선거'를 경계했다. 변화된 언론 환경에 맞춰 선거 보도는 지면과 온라인, SNS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뤄졌다. 17일 오후 취재팀 방담을 통해 이번 지방선거 보도의 성과와 한계, 쟁점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안순자=6·13 지방선거는 여당의 높은 지지율과 함께 정치권에 불어온 '미투(#Me Too)' 바람,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4·27 남북정상회담, 6·12 북미정상회담 등 대형 이슈에 묻혀 '지방없는 지방선거'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런 가운데 특별취재팀의 정책검증 시리즈와 김동민 편집국장이 직접 충북지사·청주시장 선거 후보를 만나 대표공약과 정치철학을 들어보는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해 독자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오프라인 지면과 온라인 페이스북 생중계를 동시에 활용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을 도입, 독자들과의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켰다고 자평한다. 본보가 지난 5일 자 '세종역 신설 재추진 충북 '강 건너 불구경''을 제하로 충북 충치권의 무관심을 꼬집자 그제야 세종역 신설을 저지하는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최대만=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까지 세기의 만남이 이어지면서 이번 지방선거는 유권자들의 관심을 얻는데 부족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1년밖에 안 된 탓에 정권 심판이라는 상투적인 구호도 유권자에게 잘 통하지 않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막말이 끊이지 않으면서 보수 정권과 유권자의 거리는 더욱 멀어졌다. 이번 지방선거가 흥행하기엔 매우 어려운 여건이었다. 충북은 민선 최초 3선 충북도지사 탄생, 청주시장 선거 최초 재선 시장 탄생이라는 나름의 흥행조건이 만들어졌으나 이 역시 '세기의 만남'이라는 역사적인 사건 속에 유권자의 관심을 얻는 데 실패했다.

△최범규=광역단체장과 국회의원 선거를 여당이 압승했다. 그러나 지방선거는 기초자치단체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 충북에서는 기초단체장 11곳 가운데 4곳을 한국당이 차지했다. 싹쓸이를 염원했던 여당 입장에서는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였다. 원인은 공천 실패에서 찾을 수 있다. 민주당은 온갖 구설에 휘말리거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제기된 인물에 대한 검증을 간과했다. 진보 진영에 대한 회의감을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은커녕 오만한 행태에 매몰됐다. 이런 실태를 민심은 정확히 짚었고, 심판했다. 오로지 지역 발전을 위한 인물을 선택했다. 여야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곱씹어야 한다.

△조무주=28개 여성 단체가 참여한 충북여성단체협의회는 지난 3월 13일 '미투지원본부' 발대식을 가진 뒤 가해자 처벌, 피해자 보호 등에 적극 나섰다. 결국 민주당 유행열 청주시장 예비후보가 미투 폭로 후 불출마를 선언했다. 우건도 충주시장 후보는 민주당 공천을 받았으나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미투가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문화계는 충북지사 후보와 청주시장 후보에게 충북예술의전당, 충북미술관, 청주문학관 건립 등을 제안했으나 대부분의 후보가 이에 대한 입장을 유보했다. 도립연극단과 도립풍물단 설립과 중앙도서관 건립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으나 후보들이 문화계의 건의를 묵살하는 태도를 보여 아쉬움이 많았다.

△김병학=교육감 선거는 유권자들의 관심을 불러오기보다는 '그들만의 리그'로 막을 내렸다고 할 수 있다. 지방자치 일꾼을 뽑는 선거가 중앙의 대형 이슈에 가려져 교육감 선거는 '후보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고 무효표가 3만378표로 지사 선거 1만5천865표보다 월등하게 많았다. 이는 교육감 선거가 소위 '깜깜이 선거'로 전락해 유권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3명의 후보가 나섰다 1명이 사퇴를 하는 등 선거판의 변동은 과거의 선거와는 다른 장면을 보여줬지만 대부분 정책공약은 재탕하거나 식상한 것들이 주류를 이루기도 했다.

△성홍규=경제팀에서는 '숨겨진 이야기'에 집중했다. 후보와 유권자 모두의 관심이 집중된 경제 관련 공약에 대해 짚어보고, 도농복합도시로서 충북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짚어봤다. 소외된, 주목을 받지 못하는 도의원과 시의원 후보의 이야기를 유권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도의원·시의원 후보들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었고 유권자들은 후보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유권자는 알 권리가 있고 후보자는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정당 뒤에 숨어서 '인기 표'를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

△신민수= 다양한 이야기를 품은 젊은 출마자들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당찬 도전에 나선 25세 진보정당 막내 후보와 임신한 몸으로 출마에 나선 20대 주부 시의원 후보 등이 기억에 남는다. 선거에 대한 젊은 유권자들의 관심도 높았다. 새내기 유권자들을 만나 그들의 설렘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구나 느껴봤을 그 설렘을 도민 모두가 잊지 않고, 선거 때마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길 바란다. 결과적으로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5명의 30대 후보들이 당선돼 지방의회에 입성했다. 지역 정치권에 '젊은 바람'이 불길 기대한다.

△강준식=우건도 민주당 충주시장 후보의 '미투' 의혹, 박경국 한국당 충북지사 후보자와 신용한 바른미래당 충북지사 후보자 간 매수설이 잠시나마 시끄러운 이슈였다. 충북지방경찰청은 17일 현재까지 선거사범 51건에 59명을 단속해 1명을 구속하고, 5명을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44명은 수사가 진행 중이다. 6회 지방선거와 비교했을 때 단속 건수는 40% 감소하고, 단속 인원도 54.6% 줄어들었다. 현수막·벽보 훼손을 제외하면 흑색선전·기부행위 등은 모두 감소했다. 선거사범에 대한 단속과 수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선거사범 제로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선거에 대한 도민의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

△김주철=전·현직 맞대결을 펼친 충주시장 선거는 막판까지 손에 진땀을 쥐게 하는 초박빙 승부를 펼쳐 시민들을 잠 못 자게 했다. 한국당 조길형(55) 현 시장이 50.66%를 얻어 민주당 우건도(68) 후보를 1.33%p 1천340표로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지난 2011년 시장에 당선됐으나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년 만에 시장 직을 상실, 8년 만에 한을 풀고자 출마했던 우 후보는 '미투' 의혹으로 낙선했다. 충주는 전통적으로 보수색이 강한데도 불구, 이번 선거는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다 남북정상회담 및 북미정상회담 등 평화의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도의원 3석 모두, 시의원 19석 중 12석을 민주당이 차지해 충주지역 정치를 바꿨다.

△이형수=민주당 강풍이 제천지역도 휩쓸고 지나갔다. 민주당 돌풍은 양대 정당의 한 축인 한국당을 무력화시킨 반면 기대를 모았던 무소속 또는 소수정당 후보들도 맥없이 주저앉혔다. 이번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주자는 3명, 소수정당인 바른미래당은 국회의원, 제천시장, 시의원 선거에 4명의 주자가 나섰지만 이들 모두가 패하며 기성정치권의 두꺼운 벽을 실감해야 했다. 단양군은 민주당의 강풍에도 한국당이 군수와 도의원에 당선되며 지난 대선에 이어 또다시 전통 보수지역임을 입증했다. 하지만 군의원의 무소속 1명까지 배출하며 결국 바람도 바람이지만 후보자의 면면이 유권자들에게 더 중요함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손근방= 6·13지방선거에서 옥천은 민주당이 군수와 도의원 2명, 군의원 5명을, 한국당은 군의원 3명이 당선되는 데 그쳤다. 반면 영동은 한국당이 선전해 군수, 도의원 2명, 군의원 3명을 배출했고, 민주당은 군의원 5명이 당선돼 지역 국회의원 텃밭에서 겨우 체면유지가 됐다. 이번 지방선거도 역시 정책은 없고 네거티브 흑색선거로 얼룩졌다. 후보자들이 공명선거, 정책선거하자고 해 놓고도 막상 선거전에 돌입하며 약속이나 한 듯 내팽개쳐 유권자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결국 매니페스토는 없었다. 눈여겨 볼 것은 28세 최연소 후보가 도의원이 출마해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고, 영동 가 선거구 군의원 선거는 5표차로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다. 반면 아름다운 장면도 있었다. 선전했지만 낙선한 한국당 전상인 옥천군수 후보는 김재종 옥천군수 당선자를 찾아가 축하해 주며 지역발전을 위해 갈등을 종식시키자고 한 점은 아름다운 선거문화로 평가받고 있다.

△주진석=선거 기간 보은군수 후보들의 공약을 이슈화하고 지방선거 열풍에 지역표심을 결집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 민선 7기 보은군이 출범할 경우 반드시 추진해야 할 이슈를 체크하고, 군수 후보들의 공약에 반영되도록 노력했다. 충북일보가 단독으로 기사화해 후보들의 공약에 반영시킨 대표적인 정책 의제로는 '군수 후보 인구 늘리기 해법 각양각색(4월 9일 자 2면)', '가난한 보은군 살릴 묘책은(5월 22일자 2면)' 등을 꼽을 수 있다. 앞으로 있을 총선 등 선거 취재에서는 지역이슈 체크와 함께 후보들에 내세운 공약에 대해 실천 여부를 꼼꼼히 따져보는 기회를 갖겠다.

△조항원=각종 잡음과 상대후보 비방 등이 도를 넘으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진천군수 선거는 정치자금 수수설에 상호 후보 간 치열한 진실 공방으로 선거운동기간 내내 지역 유권자들을 혼돈에 빠뜨렸다. 정책과 공약 검증보다는 비방전에 많은 시간을 투자 했다는 점이 옥에 티가 됐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새로운 변화보다 현직 군수인 송기섭 군수를 선택했다. 증평군도 3선 도전의 중압감을 안았던 홍성열 현 군수를 선택했다. 홍 군수가 재선 당시 약속했던 3선 불출마 불이행이 도화선이 돼 선거 끝판까지 따라다녔다. 이제 선거와 관련된 모든 일을 훌훌 털어버리고 유권자가 직접 뽑은 수장들이 더 열심히 일 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때다.

△남기중=한국당 공천경쟁에서 뛰쳐나와 무소속 출마를 감행한 임회무 후보의 결단은 한때 괴산군수 선거판에 큰 이슈였다. 임 후보는 누구보다 열심히 선거운동을 했고 군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지만 유언비어와 흑색선전에 시달렸다. 임 후보는 선거 막판 유력 주자로 거론되지 못하자, 후보직을 사퇴하고 다시 한국당으로 돌아가 송인헌 후보를 지지했다. 이로 인해 민주당의 이차영 후보와 한국당의 송인헌 후보 간 경합 판세에서 결정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괴산군민은 이차영 후보에게 손을 들어줬고 임 후보는 군민들부터 신의도 명분도 잃는 안타까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강병조=6·13 지방선거는 '소셜선거'라고 부를 정도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한 홍보전이 활발했다. 후보들은 페이스북, 카카오톡, 블로그 등 매체별 차별화된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본보는 선거기간 후보들의 SNS를 모니터링, 분석해 선거를 새롭게 조명하고, 실시간 이슈를 발굴해 보도했다. SNS에는 후보, 정당별 개성이 뚜렷하게 나타났으며, 군소 정당과 젊은 후보 층은 온라인 홍보에 더욱 집중했다. 반면 부작용도 있었다. 새로운 형태의 '네거티브' 전이 펼쳐졌고, 무분별한 홍보로 유권자들은 피로감을 느꼈다.

△이민영=문재인 대통령이란 키워드로 압도적인 구도가 만들어진 선거였다. 충북에서는 민주당 이시종 충북지사 후보와 한범덕 청주시장 후보가 상대 후보와 큰 격차로 이미 승기를 잡았다. 개표 과정에서 충주, 옥천 지역은 두 후보가 엎치락뒤치락 양상을 보였다. 편집팀은 분주했다. 당선자 얼굴과 지역별 정당 현황을 몇 번씩 교체했고, 마감시간은 10분 단위까지 쪼개지며 지체됐다. 독자들에게 보다 정확한 결과를 전달해야 하는 책임감에 새벽까지 이어지는 근무는 고단함을 느낄 새도 없이 바쁘게 돌아갔다. 14일자 신문을 받아들었을 때 타 신문사와 확연히 비교되는 지면을 보면서 몇 시간 전의 피로는 눈 녹듯 사라졌고 미숙하게나마 역사와 함께하고 직접 그려볼 수 있어서 뿌듯하고 보람 있었다.

6·13 지방선거 특별취재팀

◇팀장=안순자 취재 1팀장

△본사=최대만(청와대·국회), 최범규(정당), 조무주(문화·예술·여성), 김병학(교육), 성홍규(경제), 신민수(경제), 강준식(사건)

△지역=김주철(충주), 이형수(제천·단양), 손근방(옥천·영동), 주진석(보은), 조항원(증평·진천), 남기중(괴산·음성), 최준호(세종)

△온라인=김태훈, 조혜진, 강병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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