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일상에 '번아웃' 된 도민

전국서 근로시간 가장 긴 충북
직장인들 경험 비율 높아
심리적 체력 인지 어려워
대화 통한 정신적 환기 필요

2018.03.05 19:03:00

[충북일보] #. 직장인 A(30)씨는 매일 무기력하게 아침을 맞는다. 항상 같은 일상에 반복되는 업무, 고된 직장생활에 심신이 지쳐서다. 지난달 27일 근로시간을 주 68시간에서 주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됐지만,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A씨가 체감하는 근무시간은 그대로다. A씨는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개정안은 공무원이나 대기업 종사자에게나 해당하는 일"이라며 "중소기업 등 소규모 업체까지 적용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충북지역을 비롯한 전국의 직장인이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을 호소하고 있다.

번아웃 증후군은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뜻한다.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던 직장인들이 어느 순간 목적과 목표, 이유 등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충북의 경우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하는 직장인이 타 시·도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시간이 전국 1위기 때문이다.

청주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5인 이상 도내 사업체 월 평균 상용근로시간은 185.6시간. 2015년 195.5시간에 이어 2년 연속 전국 광역지자체 중 근로시간이 가장 길었다. 근로시간이 가장 짧았던 서울 168시간보다 20여시간 더 많은 수치다.

충북은 월 평균 상용초과 근로시간도 22.8시간에 달한다. 월 총 근로시간도 208.4시간으로 전국 1위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노동시간은 전 세계적으로 봐도 긴 수준에 속한다.

지난해 OECD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 노동시간은 멕시코 2천255시간에 이어 2천241시간으로 10년 째 세계 2위의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OECD 평균 노동시간 1천763시간보다 500여시간 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해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에서 직장인 1천3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88.6%(914명)에 달하는 직장인이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영업직 종사자 김모(33)씨는 "영업 성과를 우선시 하는 회사 분위기 때문에 휴일에도 제대로 쉰 적이 없다"며 "기계도 과열되면 고장이 나듯 사람도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고장이 난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번아웃 증후군'이 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박종영 청주의료원 정신과장은 "사람마다 체력이 다르듯 심리적으로도 각기 다른 한계를 지니고 있다"며 "문제는 육체적인 체력은 알고 있으나 심리적인 체력은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번아웃 증후군이 계속될 경우 자괴감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커져 자칫 우울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직장 동료나 상사에게 명확한 본인 의지를 표현하거나, 가족·연인 등 멘토와 대화하며 정신적 환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조성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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