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타오르는 김광석 미스터리

2017.09.24 13:18:35

류경희

객원 논설위원

김광석은 아직도 죽음이 믿기지 않는 가수다. 1989년 10월 솔로로 데뷔하여 인기의 정점에 있던 그는 1996년 1월 6일 새벽, 자택에서 이유도 없이 전깃줄로 목을 매 자살했다. 너무도 아까운 33세 푸르디푸른 나이였다.

그가 남긴 노래 '서른 즈음에'는 김광석이 세상을 떠난 지 11년 후인 2007년, 음악 평론가들이 뽑은 최고의 노랫말로 선정됐다. 그리고 7년 뒤인 2014년엔 5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대통령표창장이 추서됐다. 쓸쓸하기 짝이 없는 영예다.

김광석을 모르는 사람도 그의 노래는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서른 즈음에'가 특히 그렇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연기처럼/ 작기 만한 내 기억 속엔/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김광석은 이 노래를 발표하고 나서 한동안 부르지 않았다고 한다. '노래 가사를 생이 닮아 갈까봐서'였다. 일생을 매일 이별하며 살게 될까 걱정했던 그는 노랫말처럼 쓸쓸히 살다가 홀연히 떠나갔다.

김광석이 사망하자 부인 서씨와 김광석씨 친가 사이에 저작권 분쟁이 일어났다. 부인은 김씨의 앨범 저작권이 외동딸 서연양에게 있다고 주장하며 소를 제기했고, 대법원은 2008년 6월 서씨의 주장을 인정했다.

그런데 김광석의 유일한 상속자인 외동딸 서연양이 대법원 판결 6개월 전인 2007년 12월23일 이미 사망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서씨가 딸이 죽은 사실을 법원과 소송 상대방인 김씨의 친가에 알리지 않고 서연양 이름으로 음악저작권 수익에 관한 권리자 조정조서를 만들어 저작료를 빼돌렸던 것이다.

저작료를 가로채기 위해 딸의 죽음을 은폐한 서씨의 행적은 도저히 어머니의 태도가 아니었다. 저작권과 저작인접권의 상속인인 딸의 죽음이 알려질까봐 빈소를 차리지 않고 화장을 마친 어머니는 사망한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딸이 미국에서 잘 지내고 있다고 거짓말을 해왔다.

그렇게 빼돌린 저작료로 서씨는 남편이 죽기 전부터 친밀했던 남편의 지인과 재혼해 호화롭게 살고 있었다.

서연양의 죽음도 개운치 않지만 그보다 더 미심쩍은 것이 김광석의 자살사건이다. 부모와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외동딸을 두고 목숨을 끊을 사람이 아니라는 주변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이혼통보 다음날 벌어진 김광석의 자살을 인정하는 사람은 부인 외엔 없었다.

21년 동안 재속에 묻혀있던 의혹의 불씨를 다시 살려낸 영화 '김광석'에 대한 관심도 친모의 서연양 타살 의혹에 대한 재수사가 시작되자 서서히 불붙기 시작했다. 개봉 4주차의 역주행이다.

영화가 관심을 끌게 되자 공소시효가 지난 의문사의 재수사를 요구하는 '김광석법' 입법 촉구 온라인 서명운동 참여자 수도 급격히 늘고 있다.

악처로 인해 고통 받던 대표적인 음악가가 모차르트다. 동거 중에도 남편을 하인집 개처럼 멸시했던 모차르트의 아내 콘스탄체는 심지어 남편의 장례조차 외면했다.

혼자 된 그녀는 모차르트의 악보를 헐값에 팔아넘기는 등 온갖 파행을 저지르다 모차르트가 유명해지자 죽은 남편과의 사랑을 날조한 수기와 편지를 출간해 떼돈을 벌었다. 덴마크 귀족과 재혼한 뒤까지 이어진 뻔뻔스런 행적이다.

모차르트가 양처를 만났다면 장수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처럼 음악에 집중할 수 있었을까. 모차르트와 김광석을 함께 생각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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