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청원구 우암동에 위치한 헬스장 '이즈 스쿼시'를 운영중인 방인선 대표가 인터뷰를 마치고 자신의 클럽 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지훈기자
“어릴 적엔 장남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리며 자랐어요. 그러다보니 매사에 주위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노력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자세가 몸이 베다보니 어르신들이 절 많이 좋아해주시고요. 돌이켜보면 장남이라는 무게감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장남이라고 불러주면 알 수 없는 자부심 같은 게 느껴져서 좋아했던 거 같아요. 무엇보다 제 성품이 장남이랑 잘 맞아 떨어진 것 같고요. 사람은 성품대로 산다잖아요.”
“제가 제일 잘하는 게 참는 거예요.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갖고 싶은 맘도 참으면 되는 거였으니까요. 그래서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면서 살 수 있었죠. 하지만 요즘 들어 너무 모질게 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해요. 5년 전 쯤 처음으로 이성에게 호감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그 마음은 참아지지가 않더라고요. 좋아한다는 내색조차 못했지만요.”
“한창 테니스 개인강사로 일을 했던 시기였어요. 자부심이 대단했죠. 내가 알고 있는 게 세상의 전부라는 정도의 자부심. 게다가 난 누구보다 열심히 레슨을 할 수 있는 성실함까지 소유하고 있었으니까요. 주위의 많은 충고가 들릴 턱이 없었죠. 그러다 내가 맡고 있는 회원들이 하나 둘 씩 줄어들기 시작해 나중엔 아무도 남아있지 않게 되더라고요. 그때 불현 듯 제가 가장 많이 듣던 충고가 떠올랐죠. ‘테니스 국가대표를 만들려고 그러는 거야? 저들이 원하는 건 그저 즐기면서 건강을 유지하는 것 뿐이야’“
청주시 청원구 우암동에 위치한 헬스장 '이즈 스쿼시'를 운영중인 방인선 대표가 인터뷰를 마치고 자신의 클럽 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중학교 시절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았어요. 사람은 누구나 죽게 마련이고 어머니는 그저 남보다 빨랐을 뿐이라고 제 자신을 깊은 슬픔에서 추스렸거든요. 한편으론 그런 절 의아해하며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들이 느껴졌지만 신경 쓸 여력이 없었고요. 그리고 몇 년 뒤 아버지마저 돌아가셨어요. 역시 울지 않았죠. 그런데 아버지의 관을 땅에 묻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아버지의 죽음이 아닌 어머니의 죽음이 떠올랐거든요. 그땐 정말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던 제가 한편으론 불쌍하기도 하고. 제 속도 모르면서 불편하게 바라보던 시선들이 너무 억울하기도 하고. 엄청 울었었어요. 그런데 그리 슬피 우는 게 그리 나쁜 게 아니더라고요. 감정표현을 잘 해야겠다고 다짐했죠. 그런데 잘 되지 않아 걱정이에요. 언젠가 가정을 꾸리게 되면 표현을 잘하는 다정한 아빠가 되고 싶거든요. 그러려면 ‘아버지 학교’ 그런 곳이라도 다녀야 할까봐요”
/ 김지훈·김승환기자